첫 예식 주인공에 다문화부부
코로나19 유행 이후 개인 소규모 예식장이 줄폐업(국제신문 지난해 10월 6일 자 1면 보도)하자 지역대학이 캠퍼스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예식장 대관 사업을 벌여 눈길을 끈다.
우리대학은 지역사회 공헌 활동으로, 무료 예식장 대관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이 대학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부부의 결혼식 장면. 부산외대 제공
우리대학은 지역사회 공헌 활동으로, 도서관 1층 만오기념홀을 이용해 무료 예식장 대관 사업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이곳은 1981년 부산외대를 설립한 故 만오 정태성 초대 이사장을 기리는 공간이다. 다만 자료 열람실 및 학습실과 떨어져 있어 유동 인구가 적고, 높은 천장에 대형 샹들리에가 있어 주말 예식장으로 사용하기 안성맞춤이다.
우리대학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소규모 예식장이 줄폐업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예식을 올릴 수 있는 공공 예식장이 사라지는 추세라는 소식을 접하고 무료 대관 사업을 추진했다. 1호 결혼식의 주인공은 동래구에 거주하는 결혼 10년차 다문화 가정의 부부였다. 신랑 A(50대) 씨는 “그동안 먹고 사는 일이 바빠 필리핀에서 시집온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늘 미안했다. 아내에게 결혼 10주년을 맞아 멋진 선물을 할 수 있어 기분 좋다”며 “일반 예식장이 아니라 걱정했는데 직접 와보니 정말 아름답다.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례는 부산외대 권오경 부총장·다문화연구소장이 맡았다.
금정구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예식장이 4곳 있었으나 모두 문을 닫았다. 과거에는 구청 다목적 강당을 예식장으로 대관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시설이 낡고 이용자가 적어 관련 집기를 처분하는 실정이다. 부산외대 이칠우 대외협력팀장은 “금정구 예식장이 경영난으로 모두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했다”며 “부산외대의 아름다운 캠퍼스를 활용해 앞으로 예식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